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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겨울. 한 주 동안 어둑어둑해져 흐린 하늘이 지속되다가
곧이어 흐린 하늘에서 하얀 눈이 내리기 시작하였다
분명 하나도 관계없을 터인데 내리던 눈을 바라보던 눈동자에는
아직 열기가 식지 않은 건조한 사막의 하늘만이 비치고 있었다.
그 날의 추억은 1987년 2월의 추억
벌써 5년이란 시간이 지나 성인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눈은 아직도 그 날의 열기에 갇혀있었다
이번 년의 겨울은 작년보다 빨리 다가왔다,
맑게 갰던 가을 하늘이 순식간에 어두워져 버리고 어느 새인가 눈마저 내린다.
겨울의 대학 캠퍼스는 매우 조용했다, 처음부터 아무도 없었다는 듯이 하얗게 내린 눈이
아직 밟힌 흔적 없는 거리를 만들고 있었다.
고향인 이탈리아를 벗어나 일본에 가 처음으로 그를 만난 지 어느덧 5년 고등학교 2학년이였던 그 때의 모습이 생각보다 바뀐 것은 없었다.
같은 대학을 들어왔지만 전공 과목이 달랐기에 크게 붙어있거나 할 수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촉박했다, 캠퍼스의 벤치에 앉아 강의시간이 지나 분주히 학교를 나가는 학생들을 봤다.
하얀 눈이 쌓인 곳에 수많은 신발자국이 남았다.
그리고 눈은 그 부족한 자리를 매 꾸듯 난잡하게 그 위를 덮어놨다.
‘톱 워’의 능력으로 학생들이 지나간 시간을 제거해버리고 싶었지만
결국 다시 밟게 될 것임을 알기에 포기했다.
멀리서 두꺼운 책을 안고 달려오는 실루엣이 보인다
그 실루엣은 달려와 내 앞에 멈췄다
“오늘 폭설이라서 전공수업은 쉰대, 그래도 이게 뭐람. 곧 크리스마스니까 이브 날에 내리길 바랬는데.”
다크 브라운 색의 부츠 밑단에 눈이 엄청 많이 묻어있다.
달려온 여성은 제나 윌링턴, 같은 심리학과의 동기였다
붉고 짧은 숏컷 머리에 큰 눈과 주근깨가 매력적인 학생이다.
“남자친구라도 생겼나 보네. 작년에는 눈이 온다면 불이라도 지를 듯 하더니……”
“아냐, 얘도 참. 크리스마스 이브 날에 고백해볼 거야. 밑져야 본전이지만 해양 생물학과에
테드라고 알아? 그에게 고백하려고”
해양 생물학과라면 ‘그’가 있는 곳
사회과학관과 해양학관은 캠퍼스의 양쪽 동서 끝자락에 위치해 나올 때 대학의 입구 아니면 몇 시간 안 되는 교양수업뿐이다
“이번 크리스마스 이브 제는 아마 크리스네 집에서 할거래. 너 올 거지?”
매년 학년대표의 집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이브 제에 참가할 것이냐고 묻는 것이다.
“그냥 얼굴만 비칠 정도…… 오래있고 싶지는 않아. 크리스 걔 맘에 안 들거든.”
“네가 사람 뒷얘기하는거 처음 봐! 하긴 크리스녀석 되~게 느끼하지! “
“버터라도 먹은 것처럼,”/”마요네즈 바른것같애.”
이야기 중 동시에 말은 다르지만 뜻은 같은 소리가 나오자 토끼 눈을 한 채 서로 마주보고는 이내 장난스럽게 웃는다
크리스는 이번 3학년 학회장이다.
뭐라도 되는 듯이 매일 머리에 열심히 도 왁스를 바르고 이것저것 다 자랑만 하는
허풍쟁이. 제일 싫어하는 부류이다
벤치에서 일어나 제나 와 집 방향을 향해 소복이 쌓인 눈길을 밟기 시작했다
하얀 솜을 밟는 것만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오늘 신고 나온 부츠의 밑바닥모양으로 한 발짝 한 발짝 길이 생겨 마치 자신이 걸어온 길을 표시해주는 것만 같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학과 건물을 지나기 시작할 즈음 건물에서 크리스가 나왔다
투덜대던 그는 제나 와 나를 봤는 지 금새 다가왔다
“이봐 안녕 일레인. 너 올 거지?”
“어이 난 안보여?”
인사를 하며 손을 내미는 크리스의 앞을 제나가 막아 섰다
“아아 그래. 제나 윌링턴. 조금 비켜주겠어? 네 빨간 머리 때문에 눈이 아프거든.”
“뭐? 야!”
화내려는 제나를 말리고 대답할 가치도 없다는 듯 혀를 차고 제나를 데리고 그 자리를 벗어났다
“정말 예의 없지 않아? 저런 놈이 널 좋아한다는 게 정말 싫어!”
그렇다 저 잘나신 학년대표님의 짝사랑 상대는 나다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좋기는커녕 반대로 꺼림칙할 뿐 아무 호감도 없다
발이 푹푹 빠지는 하얀 교정을 걸어 나와 캠퍼스의 입구에 도착했다
모자를 벗어 구름처럼 쌓인 눈을 걷어내고 머리를 정리했다
머리를 정리하며 돌아본 시선에는 해양학과 건물이 보인다
타이밍이 좋다고 해야 하는 걸까, 제나가 좋아하는 ‘테드’ 라는 갈색머리의 남자와 체구 때문이라도 바로 눈에 띄는 검은 머리의 ‘그’가 보인다
“제나. 저기 테드”
“어어? 정말? 어떡해! 일레인, 나 지금 괜찮아? 안이상해보여?”
급하게 눈을 털어내고 옷 매무새를 정리하는 제나를 보며 장난스레 웃고는 말한다
“최고로 귀여워. 자, 곧 테드가 나올 거야. 준비해.”
“응”
사실 남 걱정을 해줄 때가 아니란 것은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있다
“아.. 안녕 테드!”
“제나? 오랜만이야! 눈 되게 많이 오지!”
머리 색만큼이나 붉어진 얼굴을 숨기지 못한 채 몸을 베베꼬며 말하는 제나와
그런 제나를 보며 귀가 붉어진 테드를 보니 이 둘의 크리스마스가 행복할 것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일레인”
저음의 목소리. 제일 듣고 싶던 목소리
“죠타로, 안녕.”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했었던가, 어색함이 없지 않아 감돈다
그의 에메랄드 빛 눈이 눈에 반사되어 빛나 그 보석 같은 아름다움에 빠져버릴 것만 같다
“테드. 이번 크리스마스에 갈 거야?”
“응 갈 거야!”
아마 이번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저 둘의 아름다운 춤을 볼 수 있게 되겠지
“너도 참가하는 건가”
“어.. 어?”
“크리스마스 이브 제.”
“안 가려고 했는데. 가고 싶어졌어”
고민되는 듯 뒷목을 긁적이다 그가 말한다
“그럼 파트너는……”
놀란 토끼 눈이 되어 그를 바라본다 이 말의 의미는?
파트너가 되겠단 것일까, 혹은 정말로 파트너의 유무만 물으려는 것일까
“아직.. 안정했는데 그럼 넌?”
“데리러 갈게. 크리스마스 이브 6시.”
아아, 의미를 알아챘다 그 말의 의미는 전자였나 보다
제나도 테드와의 약속을 했는지 엄청 행복해 보이는 표정으로 이쪽으로 다가온다
“응 그럼 그 때보자”
귀에서 열이 나는 것을 느꼈다 얼굴은 붉어지지 않았을까 눈이 이 열을 식혀주었다면 정말 좋을 텐데.
제나와 헤어져 길을 걷기 시작했다
크리스마스 연회의 준비라도 하는 듯 거리는 수색의 불빛과 귀여운 장식들로 넘쳐났다
마음이 거리와 동화된 듯이 신이 나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드레스샵에 들러 이브 제에 입을 드레스를 샀다
나중에 제나가 왜 혼자 쇼핑하러 갔냐며 엄청나게 성질낼거 같지만 그건 뒤로 미루기로 하고
들뜬 마음은 마치 수직 상승하는 로켓 같아서 식어 내리지 않는다
한동안 눈이 계속 내렸다 폭설이라고 했었던가 거리는 저번 주 보다 더 하얗게 물들어있었다
거리의 작은 미니 전구들의 색이 하얀 눈에 번져 조화를 이루고 있다
침대 옆 작은 탁자에 얹어놓은 미니트리의 전구를 켰다
그리고는 옷을 갈아입고 머리를 손질했다
5시50분. 곧 그가 데리러 올 것이다
두근대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볼레로와 핸드백을 집어 들었다
‘띠-“
현관 벨의 소리다
매우 개성 없는 소리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크게 좋아하진 않던 그 벨 소리가
지금은 엄청 기다려지던 소리로 변하였다
바로 방의 불을 끄고 아래로 내려가 현관문을 열었다
“안녕”
“응 안녕”
답답해 보이지는 않을 정도지만 단정하고 잘 다듬어진 옷 차림새
평소 같지만 주위의 눈 때문인지 더 부각되어 보이는 검은 머리가
곧바로 미소를 짓게 만들어버린다
“택시 부를까?”
“차 가져왔어”
그의 에스코트를 받아 차에 올라탔다
차 안은 그의 향으로 가득 차 있었기에 안정되었던 심장이 다시금 빠르게 뛰기 시작하는 것 같다
거리의 불빛과 차창의 썬팅 조용한 차 안 속 두 사람의 온기
어느 새인가 차는 크리스네 집에 도착해있었다
“다 왔어”
“죠타로.”
“무슨 일이라도 있냐, 일레인.”
“5년 전 약속 아직 안 잊었지?”
5년 전. 카이로에서 DIO의 저택에 들어가기 전 그에게 말했었다
‘이 전투에서 살아 돌아갈 수 있게 된다면…… 나랑…… 결혼 해주길 바란다’
라는 낯 뜨거운 말을.
“잊을리가”
“응. 다행이야”
차에서 내려 그의 팔에 팔짱을 끼고 크리스네로 들어갔다
캠퍼스에서 한 두 번씩은 봤다고 기억되는 얼굴이 잔뜩
조명에 의해서인 지는 모르겠지만 행복해 보이는 표정이 하나 둘 모여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일레인!”
여느 때와 다름 없이 머리에 왁스를 발라 열심히 도 세워 놓고 어울리지도 않는 백 정장을 입은 크리스가 다가온다
“역시 와 줄 거라 믿었어! 파트너는, 없는 거지? 내가 오늘 네 파트너가 되어 줄게”
선심 쓰듯이 말하는 크리스를 보며 표정을 구기려다 말고 내 옆의 그를 바라보았다
이미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 그를 보곤 웃어버린다
“미안 크리스. 난 이미 파트너가 있어서. 그리고 오늘은 왁스 몇 통이나 썼대? 2통은 쓴 거 같은데. 아니다. 버터를 바른 건가?”
우리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웃기 시작했다
벙 쪄 말을 잇지 못하는 크리스의 옆을 지나 들어갔다
들어간 파티장은 번잡하게 꾸며져 있었고 칵테일 바 옆에서 한 손에 칵테일을 든 채 웃고 있는 테드와 제나가 보인다
“이봐! 일레인! 여기야,”
테드와 이야기하다 말고 제나가 손을 흔들며 이쪽을 바라본다
“먼저 와 있었네”
“응. 생각보다 빨리 도착했어 그 덕에 테드랑도 더 오래 이야기 할 수 있게됬지만! 그건 그렇고……”
제나가 내 팔을 잡더니 남정네들을 제쳐둔 채 구석에서 말한다
“ 결국 쟤랑 성공한 거야? 사실 그렇게 될 거란 건 알고 있었는데 그것보다 죠타로 쟤 여학생들한테 인기 많잖아! 잘도 파트너 됐네?”
“내가 말하기도 전에 죠타로가 먼저 파트너 신청해줬어. 나야 좋지 뭐”
“아. 들어오자마자 크리스부터 물 먹였다면서? 들었어. 진짜 넌 대단해 일레인!”
제나가 키득거리며 칵테일 잔을 건넨다 짧고 붉은 머리가 조명에 반사되어 더욱 새 빨개 보인다
둘이서 웃던 것을 멈추고는 남자들에게 다가갔다
그것도 그럴 게 파티에 파트너가 없어 보이는 잘생긴 두 청년이 있다면 누구든 대시를 할 생각을 안 할 리가 없다 몇 명의 여학생들이 죠타로와 테드를 둘러싸고 이야기 나누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딱히 관심 없어 보인다
“미안하지만. 우리 파트너거든”
제나가 심술이라도 난 듯이 입이 삐죽 튀어나와 말한다
“그래서 뭐?”
여학생 중 한 명이 당돌하게 말한다
“그래서 우리 파트너니까 저리 비켜줬으면 좋겠는데? 파트너 없이 올 정도로 낯짝 두껍나 봐? 여기까지 와서 파트너를 찾다니”
일침 이였던 걸까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이 붉어진 얼굴을 한 여학생들이 흩어졌다
그 채로 바로 그들에게 다가가 말한다
“미안, 많이 기다렸지”
“아니 괜찮아. 오늘 신년기념도 같이 하는 거라면서? “
“뭐? 정말? 망할 학과장이 크리스마스랑 신년은 다른 거라고 그렇게 우기더니 결국은 졌나 보네!”
테드와 어울려 말하는 제나의 얼굴이 밝다 아마 오늘 밤 이 둘이 커플이 되는 것을 보게 될 수 있을 것만 같아 괜시리 나마저 저절로 미소가 띄어진다
“너네는 오늘 안 할거야? 신년기념도 같이 한다는데!”
다른 이들과 달리 수수하지만 서도 한껏 캐주얼로 꾸민 한 유라가 입에 든 것을 우물거리며 다가온다
“뭐를?”
“당연히 키스타임이지. 너네 아직 커플 안됐어? 커플 아니라도 그냥 이번 해 마지막인데 하지 그래!”
특유의 큰 눈을 반이나 접히도록 웃으며 제나네와 우리의 등을 안쪽 방으로 떠민다
“유라 넌 오늘 누구랑 왔는데? 키스타임까지 권하는 거 보면 너도 참가할 거 아니야?”
“으응-? 아니, 난 참가 안 해! 팔빈이 몸이 안 좋아서 키스타임만 구경하고 선물 사러갈거야.”
한 유라와 레이나 팔빈 둘은 디자인학과에서 유명한 패션 커플이다.
왜 둘 다 여성이름이냐 한다면 둘은 레즈비언이다. 펜팔 친구에서 유라가 한국에서 유학을 오면서 결국 눈이 맞아 사귀기로 했다고 한다
‘5!’
키스타임의 시작은 다음 날로 넘어가는 자정에 일어난다 원래는 12월 31일. 그 때 1월1일로 넘어가는 0시 0분에 해야 하는 것이지만 신년은 가족과 보내야 하지 않겠냐는 다른 학과장들의 의견으로 오늘 크리스마스 제와 함께 신년 회를 하게된것이다
자정을 알리기 위한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4’
과연 그는 어떤 선택을 할 까.
‘3!’
나는
‘2’
그 선택에
‘1’
크리스마스의 축복을
자정을 알리는 폭죽소리와 음악소리가 방 내에 진동을 하고
나는 눈을 감았다
입술에 닿는 온도에 눈을 슬며시 떴다 내가 가장 바라던 선택을. 그가 선택 해주었다
몇 초 후 맞닿아있던 입술은 떨어지고 잔뜩 붉어져있는 얼굴을 가진 나를 마주하였다
“이제 돌아갈까”
“응. “
달아올라있던 얼굴에 눈 오는 밤 하늘의 차가움이 닿아 얼굴을 식혀준다
아까 왔던 길을 돌아 다시 돌아가고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차를 세운 후 눈 오는 거리를 걸어갔다
아. 오늘 말하지 못한다면 계속 말 못하지 않을 까. 라는 생각에 발걸음을 멈췄다
무슨 일 있냐는 듯 뒤를 돌아보는 그에게 말했다
“난. 당신을 좋아합니다.”
이탈리아어 였다. 그가 알아듣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이 마음만을 전하기 위해
“난 당신을 사랑합니다. 결혼 해주시겠습니까”
이탈리아어. 나의 모국어. 내가 읊조린 말을 그는 되받아 대답을 해주었다
하얀 눈 속. 파티에서 돌아온 날. 내가 나의 모국어로 처음 그에게 고백한.
그리고
그 오래된 고백에 대한 대답을 들은 가장 행복한 날
속에서 받쳐 올라오는 눈물이 바로 쏟아져 내렸다
“네 물론”
1992년. 5년이란 시간과 함께 오래된 고백은 끝을 내렸다.
1992년이면 딱 얘네가 23살되는 해기때문에 결혼하고 죠린 낳을즈음이라
ㅠㅠㅠㅠ 고백하는 거 적고싶어서 죠죠드림쓰면서 제일 오래길게 적은거같다..
겨울에 눈오는 ㅇ소도 적고시펑ㅆ고 ㅠㅠㅠ 하 진심 ㅠㅠㅠㅠ 죠타로 사랑ㅎ해ㅐ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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